고용 없는 성장은 성장의 문제가 아니라 좋은 일자리가 같이 늘지 않는 문제다

고용 없는 성장은 경제가 성장하는데도 고용이 충분히 늘지 않거나, 늘더라도 안정적이고 질 좋은 일자리가 같은 속도로 늘지 않는 상태를 가리킨다. 이 표현은 오래전부터 쓰였지만, 자동화와 인공지능 이야기가 커지면서 다시 자주 등장한다.
이 문제를 볼 때 주의할 점은 “기술이 곧바로 사람을 전부 밀어낸다”는 식의 공포로 가거나, 반대로 “생산성만 오르면 모두가 잘살게 된다”는 낙관으로 가는 둘 다가 현실을 놓치기 쉽다는 점이다. 국제기구들이 최근에 공통으로 강조하는 것도 바로 그 사이의 문제다. 성장은 여전히 중요하지만, 그 성장이 어떤 일자리를 얼마나 만들고 누구에게 기회를 주는지가 따로 중요하다는 것이다.
왜 ‘성장’과 ‘고용’이 분리될까
국제노동기구(ILO)는 생산성과 양질의 일자리를 함께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. 생산성 향상은 필요하지만, 그 성과가 더 나은 일자리와 노동 조건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성장의 혜택이 넓게 퍼지지 않는다는 뜻이다.
이 분리는 보통 세 가지 경로에서 커진다.
- 자본집약적 투자만 늘고 사람을 더 쓰는 투자가 약할 때
- 자동화로 일부 업무는 빨라지지만 노동 이동과 재훈련이 따라오지 못할 때
- 일자리는 생겨도 비공식·불안정·저임금 일자리 비중이 커질 때
그래서 고용 없는 성장은 단순히 “실업률이 높다”와 같은 말이 아니다. 겉으로는 성장 수치가 나와도, 실제 체감은 취업 기회 부족, 임금 정체, 불안정 노동 증가로 나타날 수 있다.
AI와 자동화가 이 문제를 더 선명하게 만드는 이유
최근에는 인공지능이 이 논의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. IMF는 생성형 AI가 고숙련 직무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고, OECD는 여러 직무가 자동화와 AI에 노출되는 정도가 다르며 재훈련과 기술 전환 정책이 중요하다고 본다.
중요한 것은 여기서도 “없어지는 일”만 볼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.
- 어떤 업무는 완전히 자동화된다
- 어떤 업무는 사람이 하되 도구가 크게 바뀐다
- 어떤 분야는 오히려 새로운 역할이 생긴다
세계은행도 같은 이유로 최근 일자리 위기를 따로 강조한다.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향후 노동시장에 진입할 청년 수에 비해 충분한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. 즉 문제는 기술만이 아니라, 기술 변화 속도와 일자리 창출 속도의 차이에도 있다.
그래서 개인에게 필요한 대응도 ‘AI 공부’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
이 글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지점은 “앞으로는 창의적인 사람만 살아남는다” 같은 과장된 문장이다.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. 실제로는 다음 세 축이 같이 중요하다.
- 기술 변화에 맞춰 업무를 다시 배우는 능력
- 한 회사, 한 직무에만 묶이지 않는 이동 가능성
- 제도적으로 재훈련, 사회보장, 기업 투자, 지역 일자리 정책이 같이 움직이는가
즉 개인이 할 일은 분명 있지만, 모든 부담을 개인 의지 문제로 돌리면 핵심을 놓친다. 고용 없는 성장은 구조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교육, 산업 정책, 노동시장 제도가 함께 따라와야 한다.
무엇을 봐야 ‘좋은 대응’이라고 할 수 있을까
정책이든 기업 전략이든 결국 아래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.
- 생산성 향상이 실제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가
- 사람을 더 적게 쓰는 것만이 경쟁력 전략이 되고 있지 않은가
- 새 기술이 들어올 때 기존 노동자가 이동할 사다리가 있는가
- 청년과 여성, 취약 계층에게 기회가 실제로 열리는가
세계은행과 ILO가 모두 jobs, decent work, job-rich growth를 반복해서 말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. 경제성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, 성장의 결과가 더 많은 사람에게 일과 소득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뜻이다.
마치며
고용 없는 성장은 “성장을 멈추자”는 말이 아니다. 오히려 성장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자는 말에 가깝다. 자동화와 AI는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, 그 변화가 더 나은 일자리와 이동 기회로 이어지지 않으면 사람들에게는 불안으로 남는다.
그래서 앞으로 중요한 질문은 기술이 일자리를 없애느냐 만드느냐의 단순한 승부가 아니다. 더 중요한 질문은 어떤 성장 전략이 더 많은 사람을 좋은 일로 연결하느냐다.
참고 자료
- 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, Productivity and decent work
- 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, Global employment forecast downgraded by up to 7 million jobs in 2025 amid rising uncertainty
- 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, Economic Policies for Inclusive Job-Rich Growth
- World Bank, Creating Jobs, Growing Economies
- World Bank, World Bank Group Launches High Level Council to Tackle Looming Jobs Crisis
- IMF, AI Will Transform the Global Economy. Let’s Make Sure It Benefits Humanity.
- OECD, Skill needs and policies in the age of artificial intelligence: OECD Employment Outlook 2023